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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그리고 조기진통 2부제: 내겐 너무나도 힘든 임신과 출산 2

임신과 출산 그리고 조기진통 2 (부제: 내겐 너무나도 힘든 임신과 출산 2)

 
 

어떤 엄마들은 아가들을 뱃속에 품는 순간부터라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낳고나서부터라고도 하는데 내가 모성애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된 건 재민이를 병원에서 품게 된 시기였던 것 같다.

조산기라는 건 남들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임신6개월 차에 참석하게 된 임신출산교실에서 아가를 쉽게 출산하려면 임신 중기부터 꾸준히 운동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미련할 정도로 집착하면서 걷기와 요가를 시작했다. 물론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배를 타는 듯 한 엄청난 배멀미와 같은 입덧을 안은 채 말이다. 먹지 못하면 쉬어야할 것을 나는 왜 그리 임신육아서적에 집착했었는지 한 번 씩 그때를 생각하면 융통성 없고 미련한 모습이 얄밉기까지 하다.

어쨌든 임신초기부터 시작된 심각한 입덧으로 인한 영양부족과 체질적인 문제(?) 그리고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아직 출산 전임에도 자궁이 출산을 준비하면서 심하게 뭉치고 수축하는 조기진통(가진통)을 겪게 되었다.

배뭉침(자궁이 수축하면서 공처럼 딱딱해지는 증상)은 임신 초기부터 꾸준히 있었지만 첫아기 인데다 주변에 물어봐도 다들 그렇다며 대수롭지않게 여겨(심지어 담당 의사까지도) 나도 원래 그런가보다 했었다.

누군가 내게 그건 위험한 징조이니 절대 안정하고 조심해야한다고 충고해주었더라면 병원에서 독한 약을 맞으면서 힘들게 아기를 품는 일도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너무 크다.

 

불규칙한 배뭉침이 5분 간격으로 찾아온 임신 27주 새벽.

지갑하나 달랑 들고 딱딱한 배를 부여잡고 산부인과를 향했던 나는 임신 36주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자궁비수축검사에서 조기진통을 진단받고 라보파 또는 유토파라고도 부르는 자궁 수축 이완제를 투여받게 되는데 부작용이 어찌나 심한지 손발이 덜덜 떨리고 사지가 저리며 구토와 현기증이 한꺼번에 몰려와 너무 무서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진전이 없어 라보파 용량을 높였을땐 한밤중에 호흡곤란까지 오는 바람에 밤새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기도 했다.

 

임신 30주 어느날 병실에서...

라보파는 정말 무서운 약이었다. 밤만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었으면 심할때 폐에 물이 차기도 하는데 기흉으로 인해 폐가 좋지 않은 편이라 항상 긴장상태였다. 처음엔 이 상황이 너무나 화가났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멀쩡한 사람도 환자가 되는 곳이 병원인지라 나도 남편도 점점 말라갔으며 보호자 없이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고 담당의사의 허락 없이는 샤워도 할 수 없는 반 강제적인 감옥생활이었다. 더 힘든 건 태아가 아직 너무 어려서 미성숙상태라 조기진통이 더 심해지면 큰 병원으로 옮겨서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기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장기입원의 스트레스로 악몽을 꾸기도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숨 넘어갈 정도의 위경련까지 오는바람에 암 환자들이 쓴다는 진통제까지 맞기도 했다.

이 때 제일 후회되는 건 마인드컨트롤을 못했다는 것이다. 어짜피 벌어진 일이고 해야할 것이라면 그냥 받아들였다면 좋았을 걸 왜 나는 미련하게도 슬퍼하고 분노하고 괴로워했었는지.... 재민이가 그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았을걸 생각하면 너무나도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스트레스는 정말 악순환의 시작이자 끝인 게 배가 뭉치니 투약하는 양이 많아지고 몸이 약을 못버티니 힘들어서 다시 스트레스 받고 그러니 다시 투약하는 용량이 높아지고... 이렇게 힘들게 품은 자식이다 보니 나는 자연스레 극성인 엄마가 되어버렸다....

정수진 기자  hope6sky@barhy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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