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incubator)는 불완전하게 탄생한 신생아를 위해서 마련한 엄마의 외부 자궁이자 아기의 보호막이고 집이다. 그렇지만 그곳은 산모가 주는 것을 절대로 똑 같이 공유할 수 없는 일종의 기계속이며, 마지못해 들어가야 할 곳이다. 정말로 피치 못할 일이 아니라면 아기는 엄마의 배속에서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나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아기는 완벽함을 갖추기를 거부하고 미리 나오려고 하니,  우리 모두는 엄마품에 더 있다가 나오기를 바라며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했다. 이때 솔직하게 필자의 마음은 집에서 관리하기를 바랐다. 물론 우리집에는 딸의 할머니가 주로 계시고 필자는 늘 바쁘고 아기의 아빠는 교사로 학교에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관리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 하지만 병원에 있으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응급조치 한 후 좀 나아지면 집에 오기로 했다. 그러나......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수축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면서 아기가 나오려고 하였다. 집에 가려니 매우 불안하여 할 수 없이 입원하여 관리 받기로 하였다. 일단 안정이 된 후, 이런 급박한 일이 발생한 경위를 찬찬히 체크해보니 몇 가지의 문제가 도출 되었다. 약간씩 강한 수축이 있었지만, 첫 임신이다 보니 그런 것이 임신 중에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줄 알고 통증을 참았고, 또 배속의 아기와 산모 자신을 위해 걷기운동을 계속하였다.

입덧이 심해서 먹고 섭취한 것이 시원찮아서 영양상태가 부족하여 몸이 허약하였다. 또 깔끔한 성격이라서 집안관리도 매우 부지런하게 한다. 배가 부른 상태에 집안 청소하고 방바닥을 닦는 등 무리하였으며, 또 며칠간 어떤 사정으로 조금 강한 스트레스를 동반한 상태에서 여러 가지 무리함이 겹쳐 그런 긴박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산모의 무척 예민한 탓도 있었지만, 임산부는 너무 무리한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씨앗을 품으려는 치자꽃

이제 병원에서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미숙아 상태로 세상에 나오지 않고 엄마의 배속에 안전하게 있게 하기 위해 병원에서 취하는 대안은 주사약뿐이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 수축을 완화시키는 그 주사약이 라보파(Lavopa).

필자는 무척 걱정이 되었다. 절대 주사를 맞히고 싶지 않았다. 의사는 산모는 좀 힘들지만, 아기는 괜찮다고 위로를 해 주었다. 산모는 좀 위험하고 아기는 괜찮다고? 절대 이치에 맞지 않는, 그야말로 위로의 말이었다. 산모가 취하는 모든 것은 탯줄을 통해 아기에게 가도록 되어있다. 만약에 산모가 아무 것이나 취했을 때 나쁜 것은 아기에게 가지 않고 좋은 것만 간다면 두 말할 나위 없이 금상첨화다.

산모와 아기는 동체가 되어 있기 때문에 산모의 모든 것은 아기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세포는 숙주의 행동에 따라 살고 죽는다. 숙주가 주는 대로 먹고 마신다. 물론 세포나 배속의 미생물이 원하고 부르면 숙주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먹기도 하지만 그것도 숙주가 길들이는 대로 주고받는 것이다. 배속 아기도 마찬가지로 산모가 섭취하는 모든 것은 그대로 전달 받을 수밖에 없다. 탯줄과 핏줄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관계없겠지만, 산모가 밥을 먹으면 밥의 영양소가 전해지고, 술을 마시면 술의 알코올이, 담배를 피우면 담배의 니코틴이, 과일을 먹으면 과일의 영양분 등, 산모의 몸에 돌고 있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산모는 좋지 않지만, 아기는 괜찮다는 것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적이고 시설이 잘 갖추어진 병원이란 장소는 여러 급한 상황에서 대처가 빠르니 많은 사람들이 기댈 수밖에 없다. 요즘 사람들은 병원에 대한 기대치와 신뢰감이 더욱 높으니 갈수록 병원이 커지나 보다. 급박한 상황에 대처한 모든 시설을 갖춘 병원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니 어쩔 수 없이 신세를 져야 할 판이었다.

황세란 전문기자  hsrsky@barhyo.kr

<저작권자 © 발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